예술의 브랜드 가치? 상품의 미적 가치?
박혜민 개인전
Park, HyeMin : ‘IKEA Korea’ OPEN
2012. 10. 17 - 11. 21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 b.1965~). 그의 이름은 마치 하나의 명품 브랜드와도 같다. 현존하는 작가 중 가장 고가 작품의 주인공이며, 2008년 소더비 경매를 통해 경이로운 기록을 세우며 자신의 작품 223점을 2억 달러에 팔았다. 언제부터 예술품이 어마어마한 가치로 판매되고 있는 것인가? 이러한 엄청난 가치의 환산은 작가의 뛰어난 실력때문인가? 아니면 이미 하나의 고가명품 브랜드가 되어 버린 작가의 명성 때문인가? 이를 조소하듯 데미안 허스트는 작품의 원가공개를 서슴지 않는다. 900억 원대를 구가하는 그의 2007년 작 ‘신의 사랑을 위하여’는 300년 된 실제 해골, 백금주물, 다이아몬드와 인건비 등을 다 합쳐 약 360억 원의 제작비가 소요되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나머지 540억 원은 무엇의 가치인가? 통상적으로 현대미술시장 가격결정도출은 제작비 + 창의적 가치, 즉 작가의 명성과 지적(창작)재산권의 경제화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분명한 가치 기준의 환산인 제작비를 제외한 창의적 가치와 같은 모호한 가치가 가격결정의 화두가 된다는 것이다.

작가의 재능과 창의적 능력에 가치를 존중하기 시작한 시기는 15세기 말 이탈리아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서구 근대 르네상스 문화에서 ‘개성’이 핵심으로 부상하면서 개개인의 특별한 능력을 존중하고 가치를 부여하는 조류와 함께 조성되었다. 하지만 그 시대의 가치는 여전히 작가의 필력, 기술적인 부분에만 기준이 국한되었을 뿐 현재의 미술시장 가격결정의 복잡함과 비교했을 때 매우 단순한 형태를 지녔었다. 작가의 창작능력, 예술내적요소 그리고 보존상태, 시장경제, 언론과 학문의 동향 등 과도하게 얽힌 상관관계를 통해서 작품가격이 책정되고 평가되는 것이 현대미술 시장의 현 주소이다. 이 때문에 일부 경제학자들은 미술 시장을 거품 그 자체로 보면서 시장원리에 벗어난 도깨비시장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도깨비시장 내에서는 예술품을 미적 측면에서 가치를 부여하기보다는 팽배한 상업주의와 동행하여 하나의 상품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상대적으로 높다. 결과적으로 상품성의 가치를 우선시하게 되고 작품은 예술적 가치보다는 상품적 가치가 우선되어 상품으로서의 교환가치가 우세하게 된다. 아놀드 하우저 또한 미술 시장의 출현으로 미술품이 더는 그것이 지닌 미적인 질 혹은 등급에 따라 평가되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박혜민 작가는 이런 도깨비 시장과도 같은 현 미술시장의 메커니즘에 반기를 들 듯 ‘IKEA’ 프로젝트를 선보인다. 사각캔버스에 그려진 그림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가구 또는 생활소품들임을 알 수 있다. 작은 사각캔버스의 하단에 IKEA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펜 드로잉한 IKEA 상품을 카탈로그의 실재상품가격과 같은 가격을 붙여 전시장에서 판매하는 것이다. 그의 작품가격결정방식은 매우 간단하다. 도출된 가격에는 작가의 명성도 신비화된 창의적 가치에 대한 고려도 없다. 그저 대량생산되어 판매되고 있는 공산품의 가격이 그의 작품가격이 된다. IKEA 상품의 대량생산 제도를 차용하여 작업의 대량생산이라는 하나의 시스템 안에서 작품이 가지는 가치에 대한 새로운 의미를 제기한다. 결국, 돈이 직접 교환되는 이 전시장에서 작가는 현 시장경제 체계하에서 미술의 본질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에 대한 열린 질문을 던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본질에 대한 질문의 가능성은 오직 전시장을 방문하는 관객 - 현실 속의 다양한 주체들 - 과의 교류와 참여, 작가의 적극적 개입을 통해 가능하다. 일상의 현상과 존재하는 구조들에 대한 관찰, 그 안에서 발견된 사회적 차이를 시각적 언어로 소통하고자 하는 박혜민은 일상적 공간에 대한 허구적 재현과 허구와 실재를 넘나드는 퍼포먼스를 통해 관객의 참여를 유도하는 작업을 해 왔다. 이번 ‘IKEA’ 프로젝트에서도 박혜민은 작가(생산자)이자 판매자(퍼포머)라는 역할을 넘나들며 극적 상황을 연출하고 관객과의 관계 맺기를 통해 작업 안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기를 제안한다. 의도적으로 중의적인 성격을 띤 공간 변화의 시도는 전시장과 평범한 상점의 절묘한 접점지대로써 극적인 장소를 제공하며 더 나아가 상품화된 오브제와 관객과의 관계를 교묘히 변화시킨다. 즉, 그는 전시장으로서의 화이트 큐브의 역할을 화폐와 작품이 교환되는 자본주의 상업공간으로 탈 바꾸는 동시에 미술관에서의 보편적인 감상자로서의 소극적인 관람객들을 적극적인 소비자의 모습으로 자연스럽게 전환하고 있다. 참여를 통해 소비와 2차적 생산이 이루어지는 박혜민의 작업은 예술적 가치에 대한 미적 감상을 넘어 관객과 참여를 통해 이루어가는 상황의 제안이다. 허구와 실재를 넘나드는 작가가 제안한 공간 안에서 전시가 진행되어 감에 따라 교류와 만남은 점점 늘어나며, 관계를 맺어감과 동시에 주어진 상황에 자연스럽게 각자의 주어진 역할을 이행하게 된다. 현실의 소비활동과 예술활동 사이를 넘나드는 이 작업은 자본주의 내에서 ‘인격까지도 자본화’되고 ‘상품화’되는 현상은 계속되고 있으며 미술계도 예외는 아님을 그의 특유의 일상적 시선과 허구적 요소를 가미한 재치로 풀어내고 있다. 박혜민 작가의 작업은 예술적 가치가 전복된 현 시장에 대한 경종과도 같다.


미셸 드 세르토(1980), Tom Conley(역), Culture in the Plural, University Of Minnesota Press
매일경제, 헤럴드경제 등 국내신문
변종필(2010), ‘현대 미술시장과 미술품 가격의 딜레마’, 미술평단 2010 여름 97호
아놀드 하우저(1953), 백낙청(역),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창작과비평
클레어 비숍(2006), Participations, The MIT Press

박가희